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를 읽고

책을 집어 들며.

계룡문고에서 그 책의 표지를 보고 제목을 봤다. ‘집에 대한 책이구나’라는 것 외에는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. 왠지 모르겠지만 찰나에 ‘작가의 아기자기한 집 꾸미기 이야기인가?’ 하는 생각도 들었다. (*여기서 ‘아기자기’는 집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집의 ‘집들이‘의 실린 글들 처럼 집 꾸미기에 대한 설레고 재미있는 집 꾸미기에 대한 귀여운 것들을 말한다.)

의외의 책.

절대 실망한 것은 아니지만 ‘아기자기’한 집 꾸미기에 대한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. 상반된다고도 할 수 없지만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. 70 페이지 정도를 읽으나서야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. 삶이 고인다는 의미는 그 때도, 다 읽은 후에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삶의 애환 같은 것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. 그러면서도 ‘현실’을 너무나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. 내가 살아가는 곳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, 어떤 삶을 가져다 줄까. 내가 거주하는 곳은 내 삶 속에 일부일테지만 거꾸로 내가 거주하는 곳이 내 삶을 만들어주기도 한다. 이 단순한 진실을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해주었다.

인상적인 구절

복작복작한 신촌 일대를 드리우던 여름 노을은 멋지지만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게 했다.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– 옥상, 모든 소음은 두 발 아래로 중에서(p. 106)
장바구니에는 사생활이 담기기 마련이니까. 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– 자취생의 장바구니 중에서(p. 122)
너무 많은 생각에 다시 어두워질지언정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게 꼭 필요한 일과였다. 응어리진 마음으로 곧장 집에 가기에는 내 방이 너무 성냥갑처럼 작았 으니까. … 중략 … 회사와 방 사이에 놓인 길 위가바로 내가 쉬어가는 곳이었다.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– 돌고 돌아 마포 08번 중에서(p. 124)
빨간색 실이 듬성듬성 박힌 그 모습이 꼭 프랑켄슈타인의 머리 같았다. 문자 그대로 ‘침대를 썬’ 나 자신이 정말 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던 주말이었다. 침대 봉합 후 친구와 나는 그칠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웃었다.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– 침대 자른 날 중에서(p. 152)

‘내가 동물을 돌보는 데 덜 서툴렀더라면’ 하는 소용없는 후회. 언제나 곁에 있을 때 정성을 쏟는 것보다 지나고 나서 사무쳐하는 게 더 손쉬운 일이다.

‘삶이 고이는 방 – 호수’ – 폴리 중에서(p. 171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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